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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자 연필뮤지엄, 카페 1953위드 오드리

연필뮤지엄

연필의 사용 빈도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언젠가는 예술가의 전유물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연필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연필뮤지엄이 확신을 주었다. 연필은 디자인의 결정체제다. 연필에 깃든 이야기는 방대하고, 귀하게 여길 이유도 많다. 연필의 표면적은 손바닥 너비만 한데, 그 안에 로고와 이름, 연필심 정보를 보기 좋게 배치했다.

1800년대 발명한 이래 150여 년간 끊임없이 발전하며 사용성이 편안해졌다. 둥근 모습 일색이었는데 삼각형, 사각형 나아가 육각형까지 고안되고 지우개 달린 연필이 개발되고, 연필심의 경도도 세분됐다. 베토벤과 에디슨이 밤낮없이 소지한 물건, 고흐가 “그림공부하기에 굉장히 좋다”고 격찬한 도구, 로알드 달이 매일 아침 일과를 시작한 행위 모두 연필과 닿아 있다.

수집은 연금술이다. 하나만 놓고 보면 그저 그런 물건일지라도, 수백 개나 수천 개가 모이면 전율을 일으키는 보물이 된다. 연필뮤지엄 역시 평범함을 비범하게 바꿔낸 마법 같은 공간이다. 100여 자루에 달하는 디즈니 캐릭터 연필을 비롯해 세계 유명 인사가 사랑한 연필, 다이아몬드 같은 희귀 연필까지 그야말로 연필의 전부를 전시한 듯하다. 구찌와 까르띠에, 페라리 등 명품 브랜드의 기념 연필은 소유욕을 자극한다. ‘연필 화가’ 김은주의 새끼손톱만 한 몽당연필 무더기가 전율을 일으키기도 한다.

전시된 정보의 밀도도 높다. 2층부터 4층까지 서너 번씩 오르내렸는데도 자꾸 새로운 정보를 발견한다. 전시 ‘작품’은 이인기 관장이 40여 년간 수집한 1만여 자루의 4분의 1 정도다. 앞으로 보여줄 연필 세계가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전시는 지속해서 리뉴얼하며 다채로운 면면을 소개할 계획이다. 연필뮤지엄은 KTX 영동선 묵호역에서 5분 거리다. 기차역 출구 쪽 1시 방향에 커다란 이정표가 있다. 지도 앱을 켜지 않고도 찾아갈 수 있다.

연필뮤지엄 4층은 카페를 겸한다. 묵호등대를 바라보는 전망이 근사하다. 연필 뮤지엄 주차장 너머로는 발한공원과 발한도서관이 있고, 걸어서 5분 거리에 아담하고 아름다운 묵호성당까지있으니 함께 둘러보길 추천한다.

매일 한 편씩 77년 치 비디오, <원초적 비디오 본색>

‘일생 동안 봐야 할, BUT 일일 1편씩 77년이 걸리는 비디오 컬렉션.’ 전시장 한 면을 차지한 큼직한 문구는 과장이 아니다. 수집가 조대영의 비디오 5만 개 중 절반가량인 2만7000 여 개가 높고 넓은 공간을 메우고 있다. 그 옛날 다이얼을 돌리던 ‘텔레비전’과 비디오 재생 기기도 볼 수 있다. 2000년대 이전, 가물가물한 추억을 소환하는 장면이다.

비디오는 일상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비디오 덕분에 추억을 기록할 수 있었고, 방송을 녹화해 되돌려볼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비디오는 영화 발전의 발판이 되었다. 시네필의 등장과 영화 전문 잡지의 활황, 블록버스터 영화의 대두와 발전 모두 비디오 산업과 맥을 같이한다. <원초적 비디오 본색> 역시 비디오를 통해 우리 영화사를비춘다. <아제아제제 바라아제>, <미술관 옆 동물원>, <비트>, <시월애> 등 국내 명작부터 이소룡, 장국영, 장만옥, 주성치 등 우리나라에 중국 영화 붐을 일으킨 배우의 작품까지 사실상 비디오테이프로 출시한 거의 모든 작품을소개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시장 한쪽에는 비디오테이프를 재생할 수 있는 뷰잉룸도 마련돼 있다. 어릴 적 추억영화 <강시도사>와 <나홀로 집에>, 낭만적인 <로마의 휴일> 등을 선택해 볼 수 있다. 비디오를 재생하니 익숙한 멘트가 등장한다. “옛날 어린이들은 호환, 마마, 전쟁 등이 가장 무서운 재앙이었다. 현대 어린이들은 무분별한 불량·불법 비디오를 시청함으로써, 비행 청소년이 되는 무서운 결과를 초래하게됩니다.” 무시무시한 경고도 새삼 반갑다.

오드리 헵번 아카이브, 카페 1953위드 오드리

오드리 헵번은 사랑스럽고도 존경스러운 영화배우로 회자된다. 깊고 둥근 눈매와 날렵한 콧등, 야무진 입꼬리, 가늘고도 균형 잡힌 신체 등 외형적 면모 때문만이 아니다. 결혼 후 검소하고 다정한 성격으로 아이들에게 늘 동화책을 읽어주고 살림을 도맡았으며, 중년에는 유니세프 대사로서 구호 활동에 적극 참여했다. 영화계를 은퇴한 후에는 인권운동과 자선사업에 힘을 쏟았다. 특히 암투병 중에도 소말리아에서 봉사 활동을 한 것이 알려져관심과 존경을 받았다.

카페 1953위드 오드리는 아름다운 영화배우 오드리 헵번에서 나아가 그녀의 생애를 아우른다. 젊은 시절부터 노년의 모습까지 그대로 재현한 피규어 수십 종을 비롯해 생전 사용했던 찻잔 세트와 각종 액세서리, 영화 포스터를 전시한다. 영화 <로마의 휴일>의 한 장면을 재현한 밀랍 인형도 존재감을 뽐낸다. 다양한 소장품 중에서도 2007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한 의상은 눈여겨보길 권한다. 그가 유니세프 활동 당시 착용한 청색 블라우스와 바지다. 이 옷은 오드리 헵번의 유품 중 소장 가치가 높기로 유명하다. 세상에 단 한 벌, 오직 우리나라에서만 만날 수 있어 의미 있는 아이템이다.

오프라인 공간이 다가 아니다. 카페는 방대한 아카이브의 일부일 뿐이다. 대표가 운영하는 블로그 ‘All aboutAudrey’에는 2009년부터 2018년까지 10년에 걸친 수집기가 남아 있다. 오드리 헵번을 사랑한 나머지 26년간 그의 출연작을 수십 번씩 돌려 보고 그 흔적이 깃든 모든 나라를 여행하고, 유품을 낙찰받는 한편 직접 피규어를 제작하기도 한, 열정적이고도 집요한 과정을 엿볼 수있다. 카페 1953위드 오드리는 그 오랜 수집의 결정체인 셈이다.

카페 이름의 1953은 영화 <로마의 휴일> 개봉 연도다. 시그너처 메뉴는 오드리 초코 케이크, 오드리 헵번이 생전 자주 만들어 먹은 디저트다. 오드리 헵번의 아들에게 직접 제공받은 레시피대로 만드는데, 밀가루가 전혀 들어가지 않은 글루텐 프리 메뉴로 머랭과 다크 초콜릿만으로만들어 달지 않고 부드럽다. 카페 1953위드 오드리는 커피와 디저트뿐 아니라 브런치 메뉴로도 이름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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