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에 오르다
여수에 다녀갔던 추억을 조각조각 맞추며 다시 찾으리라 다짐한 곳이 향일암이다.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감동을 전해줄 곳이기에. ‘해를 향한 암자’라는 뜻을 품고 있는 향일암은 해돋l이 명소다. 1년 365일 떠오르는 붉은 해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끼고 싶어 하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내 중심가에서는 자동차로 50분가량 이동해야 닿을 수 있는 곳이어서 향일암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다음 날 아침을 맞을 준비를 했다. 한여름에는 새벽 5시 전에 채비하고 나서야 수평선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의 일거수일투족을 놓치지 않고 볼수 있다. 바다와 맞닿은 금오산 언덕에 자리해 입구에서 암자까지 오르는 데 15분 정도의 시간과 가파른 계단이나 언덕길을쉼 없이 오르는 에너지를 투자해야 한다.
선선한 새벽이었음에도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힘을 들이고서야 암자를 맞이할 수 있었다. 경사가 급한 돌계단을 오르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디좁은 돌벽 사이를 지나면 드디어 향일암 정상에 닿는다. 원효대사가 참선했다고 전해지는 커다란 암석에 나란히 시선을 두고 서면 먼바다와 수평선이 어우러져 가슴속에 한 폭의 수채화가 그려진다. 거친 숨을 가다듬고 기다렸더니 이내 붉은빛으로 세상을 물들이며 해가 떠오른다. 문득 머릿속에 클로드 모네가 그린 ‘인상, 해돋이’와 저 멀리 펼쳐진 풍경이 오버랩되었다. 아마 예술가 기질이 있었다면 이루 말할 수 없는벅찬 감동을 기록하고 싶었을 테다.
여수 해상 케이블카
여수에도 해상 케이블카가 생겼다. 돌산공원과 자산공원을 잇는 1.5km 구간의 케이블카는 바닥이 투명한 크리스털 캐빈과 일반 캐빈 총 50대가 수시로 오가며 여행자를 실어 나른다. 케이블카에 오르면 박람회장과 오동도를 중심으로 탁 트인 다도해를 바라볼 수 있다. 해상 케이블카를 탈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는 자산공원 아래에는 여수의 또 다른 명소 오동도가 연결된다. 전국 최대의 동백꽃 군락지라는 명성으로 일명 ‘동백섬’이라고도 하는 오동도는 본래 배를 타고 갈 수 있는 토끼 모양의 작은 섬이었다.
1945년 육지와 섬을 잇는 방파제가 완공되어 천천히 걷거나 섬과 육지를 수시로 오가는 동백열차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산책로가 잘 조성된 섬 안에는 500년 묵은 지네가 살았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는 용굴과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치를 조망할 수 있는 등대가 있다. 오동도는 이순신 장군이 직접 수군을 훈련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변을 거닐고 싶어 찾아간 웅천친수공원. 여수 시민의 아늑한 쉼터인 이곳에는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데크와 각종 해양 레저스포츠를 체험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인공 모래 해변을 걷거나 해수욕을 즐기기 좋고, 딩기요트와 윈드서핑, 카약,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을 체험할 수 있어 여름철 여수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로 거듭났다.
여수 돌산공원
새로운 관광지도 많아지고 먹거리, 볼거리, 즐길 거리도 풍성해졌다.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여수의 풍광을 한눈에 담기 좋은 명소는 돌산공원이다. 이 공원에 오르면 왼쪽으로 돌산대교와 오른쪽으로 장군도를 두고 ‘세계 최고의 미항’으로 꼽히는 나폴리 못지않은 정취가 한눈에 들어온다. 쪽빛 하늘 아래 코발트빛 바다가 경계 없이 어우러지고, 초록 나무와 알록달록한 집들이 장신구를 두른 것처럼 멋을 낸 풍경이다. 돌산대교를 질주하는 자동차와 그 아래 바다를 쉴 새 없이 오가는 크고 작은 배도 아름다운 여수의 멋을 더한다.
여수밤바다
여수의 밤 풍경은 낮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어둠이 깔리면 형형색색 조명이 하나둘 켜지며 여인이 곱게 화장한 듯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한다. 돌산읍과 여수 시내를 잇는 돌산대교는 길이 450m, 높이 62m의 사장교로, 1984년 개통한 이래 2000년 야간 조명이 설치되면서 지금까지 여수의 마스코트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돌산대교 옆에는 과거 왜군의 침략을 막기 위해 쌓은 장군도가 자리한다. 밤이 되면 국내 유일의 수중 성으로 꼽히는 장군도도 조명을 밝혀 황홀한 정취를 더한다.
여름의 낭만
여름밤’은 단어만으로도 왠지 낭만적이다. 여수에 간다고 했더니 이곳이 고향인 지인이 가장 먼저 추천한 곳이 ‘낭만포차’ 거리다. “낭만포차 거리를 걸어봐야 여수 여행을 했다고 할 수 있지!” 낮에 들른 돌산공원에서 누군가 이야기하는 것도 주워들었다. 그 실체가 궁금해 찾아간 곳. 무언가 특별한 조형물이 있거나 행사를 하는 곳인가 했더니 말 그대로 포장마차가 있는 거리였다. 낙지삼합, 딱새우회, 서대회 등 입 안에 군침을 돌게 하는 여수의 먹거리를 메뉴로 걸어놓은 포장마차 수십 개가 늘어서 있었다. 밤마실 겸 한번 둘러볼 작정이었는데,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이곳은 남도, 여수니까 어디라도 맛은 보장돼 있을 것 같아 굳이 맛집을 검색하지 않고 적당한 곳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여수 밤바다’가 노래가 흘러나오고 포장마차 앞으로는 별빛 총총한 밤바다가 펼쳐진다. 산책 나온 가족들, 데이트를 즐기는 연인들 혹은 이곳이 궁금해 찾아온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뒤섞여 눈앞 풍경이 시시각각 변한다. 테이블마다 노랫소리를 배경음 삼아 저마다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여름밤 낭만이란 이런 것이구나’란 생각이 스친다. 주말에는 이곳에서 거리 공연도 한다니 그 밤은 얼마나 더 낭만적일까. 낭만포차, 이름 참 잘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