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시즌2 촬영지로 불리는 곳
유럽 여러 나라 중에서도 스페인은 매력적인 도시가 많아 욕심을 비우고 여행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않다. 설상가상 우리나라 여행자를 고민에 빠지게 할 여행지 한 곳이 추가됐다. 유럽 지역을 부지런히 돌아다닌 여행자라면 익히 들어봤을, 테네리페섬이 그 주인공이다. ‘유럽의 하와이’로 불리며, 특히 겨울철, 유럽인의 휴양지로 유명한 테네리페섬은 <윤식당 시즌2>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이제는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여행지로 자리 잡았다. 화면 가득 알록달록 고운 색을 입은 소박한 가라 치코(Garachico) 마을과 그 앞으로 펼쳐진 맑다 못해 투명한 바다, 그리고 눈을 마주칠 때마다 ‘올라(Hola)’를 외치는 마을 사람들의 친근함까지 하나같이 동화 속에 나올 법한 풍경이다.
‘윤식당 시즌2’ 촬영지로 우리에게 알려진 테네리페는 대서양 카나리아 제도 중 한 섬이다. 미지의 고대 문명 아틀란티스 제국의 전설이 전해오는 카나리아 제도는 총 7개 섬으로 이뤄졌는데, 테네리페섬은 그중 규모가 가장 크다. 지도상에서도 알 수 있듯 카나리아 제도는 스페인에서는 한참 떨어져 북아프리카의 모로코와 더 가깝다. 그래서인지 카나리아 제도의 섬들은 스페인과 아프리카의 감성이 적절히 혼재된 매력을 보인다.사실 역사적으로도 테네리페섬은 북아프리카 출신 관체족의 땅이었다. 15세기 스페인 군대에 격렬히 저항했지만, 결국 무기와 질병에 관체족이 무릎 꿇으며 스페인령이 됐다.
1년 내내 기온이 20~30℃를 오가는 쾌적한 기후와 이국적인 나무로 우거진 숲, 그리고 신비한 사막까지.신들이 몰래 숨겨놓은 파라다이스를 차지하기 위해 인간들은 그렇게 싸우고 또 저항한 것이다.
테네리페
마드리드 공항을 이륙한 지 3시간 만에 구름 사이를 뚫고 나온 테이데산(El Teide)이 테네리페섬에도착했음을 알린다. ‘눈이 쌓여 있는 산’이라는 이름처럼 테이데산은 해발 3,000m가 넘는 스페인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그뿐 아니라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활화산으로 여전히 산 정상 부근에는 냄새가 독한 유황 가스가 계속 뿜어져 나온다. 구름 아래로 테이데산의 웅장한 위용이 드러나고, 항공기는 노르테 공항의 활주로로 사뿐히 내려앉는다. 노르테 공항을 빠져나오며 익숙한 기시감이 든다. 렌터카를 몰고 제주공항을 빠져나갈 때의 느낌이랄까. 테네리페 역시 제주도처럼 화산 폭발로 생긴 섬이다. 제주도보다 면적은 좀 더 넓지만, 섬 중앙에 테이데산이 자리하고 해안가 주변으로 아름다운 해변과 마을이 진주 목걸이 처럼 쪼르르 박혀 있다. 눈에 띄게 다른 점이라면, 이곳에는 검은 모래 해변이 더 많다는 정도이다.
차를 타고 가장 먼저 라 라구나(La Laguna)로 향했다. 테네리페섬 역시 여느 유럽의 도시처럼, 좁은 골목과 주차된 차를 피해 운전해야 하는 까다로움이 있다. 특히 도시 간 이동할 때는 구불구불한 오르막길을 지나야 하고, 가로등이 거의 없어 밤 운전은 더욱 주의해야 한다.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라 라구나는 스페인이 해외에 건설한 최초의 식민 도시다. 그래서인지 도시는 스페인의 전형적인 분위기를 많이 닮았다. 도심에 위치한 대성당은 가톨릭 신자의 발길이 늘 이어지는 곳으로, 매년 4~5월에는 성대한 가톨릭 행사가 열린다.
산타크루즈 데 테네리페
라 라구나에서 동쪽으로 살짝 더 내려가면 카나리아 제도는 물론, 테네리페섬에서 가장 큰 도시 산타크루즈 데 테네리페(Santa Cruz de Tenerife), 일명 산타크루즈가 반긴다. 대서양을 누비는 크루즈 선박들이 종종 쉬어 가는 산타크루즈는 독특한 현대식 건축물과 올드타운의 예스러움, 그리고 스페인 광장(Plaza de Espana)을 중심으로 여유로운 분위기가 넘치는 매력적인 도시다. 특히 시민의 휴식처로 사랑받는 스페인 광장에는 바닷물을 채워 만든 거대한 인공 연못을 조성해 도심 속 해변을 만들었다. 라노스 해안가에는 하얀 조개껍데기를 날렵하게 조각해놓은 듯한 오페라 하우스가 자리하는데, 유명 예술가의 초상화를 돌에 직접 그려 넣은 작품이 오페라 하우스 인근 해변 방파제를 가득 메우고 있어 이색적이다. 매년 1~2월에는 도시 전체가 들썩일 만큼 성대한 카니발이 열린다. 화려한 의상을 입고 흥겹게 춤추는 사람들과 다양한 카니발이벤트가 펼쳐져 산타크루즈는 그야말로 축제의 열광 속으로 빠져든다.
테이데산 정상으로
오늘날 섬 남부에 위치한 코스트 아데헤(Cost Adeje)가 휴양지로 개발되기 전까지, 그 영광은 푸에르토 데 라 크루즈(Puertode la Cruz)의 차지였다. 가장 활발한 항구 도시이자 잘나가는 휴양지였으나, 지금은 옛 향수를 간직한 도시로 명맥을 잇고 있다. 검은 모래 해변에 누워 망중한을 즐기는 사람들과 연거푸 몰려오는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기는 서퍼들의 여유로움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요즘에는 야생 동물과 돌고래 쇼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돌고래와 바다사자, 그리고 범고래 쇼를 관람할 수 있는 해양 공원과 앵무새, 고릴라 등 야생 동물 수백 종을 구경할 수 있는 로로 파크(Loro Park)는 가족 단위 여행객에게 가장 인기 있는 명소다.
해안 도로를 벗어나 섬 내륙 쪽을 달려보기로 했다. 테이데 국립공원을 오가는 길은 험준하기 때문에 투 프로그램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오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다. 테이데산을 오르는 방법은 2가지다. 트레킹 코스로 등반하거나,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에 오르거나. 애초에 6~7시간의 등반은 자신이 없어 케이블카를 예매해뒀다.
푸에르토 데 라 크루즈에서 1시간 조금 넘게 달려 케이블카를 탈 수 있는 정거장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는 해발 3,555m까지만 우운행하고,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는 200m 남짓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고도가 높은 거친 돌길을 유황 가스의 냄새를 참으며 올라야 하는 결코 쉽지않은 길이다. 이마저 정상은 아무나 밟을 수 없다. 테네리페관 광청의 사전 허가를 받은 사람만 입산할 수 있다. 발 빠른 여행객이 홈페이지www.volcanoteide.com을 통해 테이데산 정상인 피코 비에호(Pico Viejo)에서 일출 또는 일몰 투어 프로그램을 신청하는 이유다. 구름이 발아래로 깔리는 장관은 아쉽게도 다음을 기약해야 했지만,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본 산과 바다 풍경 역시 충분히 멋지고 신비로웠다.